[보도자료] 이로운넷 2026.4.28.보도 "기다림의 시간, 먼저 무너지는 삶"
26-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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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노무법인청춘 대표공인노무사 강도연 노무사님이 기고하신 글이 언론에 보도되었습니다.
[기획연재-⑧]기다림의 시간, 먼저 무너지는 삶
전해투-이로운넷 공동기획 '다시 쓰는 해고자 일기'
전국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전해투)와 이로운넷은 2026년 공동기획 연재 '다시 쓰는 해고자 일기'를 시작한다. 이 연재는 1993년 결성된 전해투의 발자취와 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해복특위)의 활동을 따라가며, 장기·고령 해고자 문제를 다시 사회적 의제로 세우기 위해 기획됐다.
우리는 해고를 개인의 실패나 불운으로 축소하지 않고, 노동운동의 역사와 조직의 책임, 복직의 권리, 해고 이후의 생존과 건강, 가족의 삶, 명예회복과 제도 대안까지 함께 묻는다. 단순히 기록에만 머물지 않는다. 해고자의 시간이 더 이상 방치되지 않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실천과 제도의 언어로 다시 한번 따져보려 한다.(편집자)
기다림의 시간, 먼저 무너지는 삶

강도연(노무사, 청춘노무법인 대표)
"해고는 사형선고다."
필자는 2008년 3월부터 2014년 3월까지 민주노총 사무금융연맹 산하조직인 SGI신용정보노동조합 위원장을 역임했다. 위원장을 마치고 현업으로 돌아와 4년간 주경야독으로 공인노무사시험을 준비하여 현재는 노무법인 청춘을 운영하고 있다.
2013년 지방점포통폐합 저지투쟁으로 파업을 진행한 경험이 있다. 파업이 진행되는 시기에는 징계라는 칼을 쓰지 않고 있다가 파업이 종료되고 나니 바로 징계위원회를 열어 위원장인 필자와 부위원장을 징계해고했다.
징계해고를 당해본 사람은 분명히 회사가 해고시키려고 준비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을 때 느끼는 것과 막상 징계해고통보서를 받고 느끼는 감정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알 것이다.

정말로 ‘해고는 살인이다’, ‘해고는 사형선고다’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다만 필자는 다행히 재심과정에서 정직6개월로 줄어 해고자 생활은 면했다.
이 말은 과장이 아니다.해고를 당해본 사람이라면, 그 통보서를 받는 순간 삶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안다.
해고는 단순한 고용관계의 종료가 아니라소득의 단절, 사회적 관계의 붕괴, 자존감의 파괴를 동반한다. 특히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한 해고는개인을 넘어 ‘조직을 향한 처벌’이라는 점에서 더욱 잔혹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해고 이후 시작되는 ‘기다림의 시간’이야말로노동자를 가장 깊은 나락으로 밀어 넣는다.
법과 제도의 시간은 누구를 위해 흐르는가
부당해고를 당한 노동자는 90일 이내에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지방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절차는 겉으로 보면 비교적 신속하다.
그러나 사용자가 불복하는 순간, 시간의 흐름은 완전히 달라진다. 행정소송 1심 약 1년, 2심과 대법원까지 포함하면 2~3년.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행정소송은 "복직이 맞다"는 판단일 뿐, 실제 복직을 강제하지 않는다.
노동자는 다시 민사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결국, 명백한 부당해고조차실제 복직까지 3년, 5년, 때로는 10년이 걸린다. 이 시간 동안 사용자는 버티고, 노동자는 무너진다.
그래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법과 제도의 시간은 누구를 위해 흐르고 있는가."
노동위원회, 법원, 그리고 ‘고의로 만들어진 기다림’
현행 제도는 겉으로는 중립적이다. 노동위원회는 판정을 내리고, 법원은 판단을 내린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구조가 사용자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시간은 자본의 편이기 때문이다.
사용자는 이행강제금을 내면서도 복직을 거부할 수 있다. 현재 이행강제금은 최대 약 3천만 원 수준(실무상)에서 부과된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이 금액은 "노조를 무력화하기 위한 비용"일 뿐이다. 반면 노동자는 수입 없이 수년을 버텨야 한다.
이 구조는 사실상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준다. "시간을 끌면 사용자가 이긴다."
이것은 단순한 제도의 미비가 아니라 구조적으로 만들어진 ‘기다림의 강제’다.
기다림의 시간, 먼저 무너지는 것은 삶이다기다림은 중립적이지 않다. 누군가에게는 전략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이다.
해고 노동자에게 기다림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다.
생계의 붕괴, 가족 관계의 균열, 사회적 고립, 정신적 파괴 ....
이 모든 것이 동시에 진행된다.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사태 이후우리는 이미 그 결과를 목격했다. 긴 해고 상태와 복직 지연 속에서수많은 노동자들이 삶을 포기했다. 그 비극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제도가 만든 결과였다.
근로기준법 제37조, '잠자고 있는 무기'
이 구조를 깨기 위해 필요한 것은 새로운 법이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법의 적극적 해석과 적용이다.
핵심은 '근로기준법 제37조'다. 이 조항은 미지급 임금에 대해 연 20%의 지연이자를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 이 조항이 부당해고 상황에 충분히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이 해석할 수 있다.; 부당해고가 무효라면→ 근로관계는 계속된 것, 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은→ 지급되어야 할 임금, 이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 제43조 위반, 따라서→ 제37조에 따른 연 20% 지연이자 적용 가능
이 해석이 실무에서 확립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시간을 끌수록 손해'가 되는 구조로
현재 구조는 "버티면 이익"이다. 그러나 제37조를 적극 적용하면 구조는 이렇게 바뀐다.
"버틸수록 손해다."
예를 들어, 수년간 복직을 지연할 경우, 임금 + 연 20% 이자가 누적된다면 , 이는 단순한 금전 문제가 아니다. 사용자의 전략 자체를 바꾸는강력한 압박이 된다. 특히 노동조합 간부 해고처럼 의도적으로 복직을 지연하는 경우그 효과는 결정적이다.
결론…법은 존재하지만, 정의는 지연되고 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법은 존재한다. 판정도 내려진다. 그러나 노동자는 여전히 복직하지 못한다.
문제는 법의 부재가 아니라 법의 소극적 해석과 구조적 지연이다. 기다림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발생한 것이 아니다. 노동위원회, 법원, 그리고 사용자 전략이 결합하여 만들어낸 시간이다.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먼저 무너지는 것은 언제나 노동자의 삶이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공정한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정의가 실현되는가"
근로기준법 제37조의 적극적 활용은 그 시작이 될 수 있다. 더 이상 정의가 지연되는 시간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이로운넷=편집위원 김성환 starhkim@eroun.net
출처 : 이로운넷(https://www.eroun.net)
